2024. 4. 24. 11:24ㆍ카테고리 없음
<보물찾기> 작가소개
슬로우어스 작가님은 꾸준하고 변함없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다름'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작은 다름'에 설레다 보면, 어느새 주변의 많은 것들이 변해 있음을 발견하곤 합니다. 오늘도 만나게 될 설렘을 기대하며, 변함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풍가는날, 보물찾기시간만 기다렸던 기억이 나는 날
<보물찾기> 책소개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물찾기 날입니다. 나의 마음은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 멋진 선물을 품에 안을 요량으로 잔뜩 부풀어 있습니다. 그 기대로 나는 키가 큰 나무도 거뜬하게 오르고, 봄꽃과 클로버가 흐드러진 풀밭 사이사이도 꼼꼼하게 살핍니다. 망울망울 피어올라 봄의 노래를 흩트릴 준비 중인 민들레 꽃잎도 야무지게 들추어 봅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꼭 찾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던 보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봄의 산뜻한 물기를 머금어 축축한 풀밭 위에 엎어진 채, 나는 그만 서러워 엉엉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때입니다. 어른거리는 향기에 고개를 드니 어디선가 보랏빛 나비가 날아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보물찾기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내 곁을 스쳐 지나갔던 바로 그 나비입니다. 부드럽게 팔랑이는 그 날갯짓이 왠지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아, 나는 그 나비를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나비는 봄 내음 아롱지는 풀숲 위에도 사뿐히 앉았다가, 녹음으로 우거진 초원을 가로질러, 나무가 손짓하는 곳을 따라 시간을 잊은 듯 날아갑니다. 나도 그만 시간을 잊었습니다. 봄의 축제가 소리 없이 찬란한 이곳에서, 부드러운 풀밭 위에 몸을 뉘이니 절로 눈이 감깁니다. 그러자 하나둘 깨어나던 감각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바람의 손길이 내 몸과 마음 구석구석을 간지럽히도록 온전히 나를 내려놓으니, 보랏빛 향기가 다시 나를 부릅니다.
<보물찾기> 결론
지금, 오롯이 살아 있는 시간
살아 있는 시간은 천천히 흘러갑니다. 주변을 둘러싼 풍경 한가운데 나의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워, 꿈결 속 먼지 한 점처럼 가벼운 ‘찰나의 몸’이 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슬로우어스 작가의 그림과 이야기는 바로 그런 순간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1분 1초 성실하게 흘러가는 저 초침처럼 우리를 재촉하지도, 때때로 길을 헤매는 우리에게 서둘러 나무라거나 가르침을 주려 들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길 잃은 바로 그 자리에서, 가만히 그 주변을 둘러볼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바로 그 어느 반짝이는 찰나의 풍경을 작가는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 내고 계절의 향을 품은 손끝으로 그려냅니다. 그 손끝에서 피어난 시간의 몸 안에는 우리가 인생의 시간표를 따라가느라 잊고 지낸 무수한 눈부심이 깃들어 있어, 우리는 그 안에 마음 놓고 폭 잠겨 있게 됩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 문득 이야기라는 꿈에서 깨어나고 나면, 우리는 왜인지 시간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 안에 머무르며 오롯한 들숨 날숨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그와 같은 용기, 그리고 아이와 같은 시선이라면, 우리가 함께 나아갈 앞으로의 하루하루는 점점이 눈부신 보물 지도가 될 수 있겠지요.